우연한 기회 또는 소개가 소개로 이어지면서 작년부터 적지 않은 국내 스타트업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한 만남들 속에서 들은 이야기들과 개인적인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
.
창업멤버들끼리, 합의 후에도 개발이 각자의 취향대로 흘러가곤 하더라.
속도와 집중이 중요하다고들 하는 스타트업에서, 창업멤버들끼리 합의를 도출해서 A라는 방향으로 가자고 했지만 막상 개발에 들어가면 또 각 멤버들이 자신의 방향으로 개발을 꾸려나가려 하게 되는 고충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벤처캐피탈의 몇몇 분들은 1/N로 지분을 가져가면 안된다고도 하고, 모 엔젤투자 대표님께서는 가위바위보로 하더라도 충돌점을 명확하게 합의 도출할 방법은 있어야만 한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지분이 1/N이 아니어도, 방향에 대한 합의가 도출된 후에도 고집스런 개발자들을 아우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특정 시점이 되면, 내부의 멤버들에게 악당역할을 해줄 외부영입멤버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팀이 달라도 선후배로 엮인 선수들에게 경기의 심판이 있어야 중재가 가능하듯이. 대기업의 경영진이 외부의 손에 피를 묻히고자 컨설팅이라는 방식에 기대기도 하듯이.
.
글로벌로 나아갈 우리 서비스의 번역 인턴을 구해요.
언어는 톤앤매너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곤 하는데, 앱에서 언어 번역을 단기 알바나 인턴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갸우뚱 할 때가 있다. 그것도 공개로 올려서 지원자를 찾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외국의 비즈니스 앱이나 웹서비스를 처음 들어갔는데 한국어로 “하이~ 방가방가” 라고 나오면 신뢰가기 어렵듯이 서비스의 성격에 맞는 언어의 톤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첫인상이자 지속적으로 일관된 톤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번역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개로 지원자를 찾기 보다는 차라리 통역대학원이나 외국인 많은 어학당에 가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적정한 인력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미국으로 가야 글로벌 서비스.
어느샌가 부터 글로벌 서비스는 미국이 중심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미국 진출을 해보고 싶어서, 테크크런치 등의 이벤트 참가에 안달이 나 있고 미국 자본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작 법인은 한국에 설립해 있고 서비스/앱 하나 달랑 들고 떠난다. 언젠가 Y-combinator 글에서 본 것 같은데, 투자받을 조건 중에 ‘미국에 법인이 있는가’가 언급된 적이 있었다. 최소한 법인을 세울 때 아예 미국에 세워서 투자자가 한국의 법까지 신경써야 할 일이 나오지 않게 하든가, 시장을 바꾸는 건 어떨까.
미국이 아닌 중국을 말하는 사람이 은근 적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그런 곳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는, ‘미국의 업체/투자자한테 10% 지분주고 10억 벌어서 9억 가져갈 바에는, 중국애들한테 지분 90% 주더라도 걔들이 확실히 밀어줄 지분과 구조로 가져가서 100억 벌어서 10억 가져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다. 말처럼 되기는 물론 어렵겠지만 텐센트가 한국의 게임업체들의 판권과 지분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는 현실을 보건대 미국에서 히트칠 가능성하고 비교해서 더 낮을 것도 없을 것 같다.
.
스타트업의 난제, 병역 병역.
국내 스타트업들 중에서도 병역이 해결 안된 젊은 대표가 이끄는 곳들이 있고, 지금 잘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이지만 핵심개발을 하는 개발자가 병역 미필인 경우도 있다.
툭 터놓고 말하면, 여성대표라면 군대를 가지 않을 것이고 또한 개발자는 그래도 대체 가능하니 ‘병역미필인 남자 대표 밑에서 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표의 나이와 스타트업의 현 단계를 잘 가늠해보지 않으면 포텐셜만 가득한 상태에서 대표의 나이로 인해 회사가 와해되거나 혹은 적당한 가격에 대표가 회사를 넘겨버리고 본인은 남은 자금 가지고 군대를 가버릴 수도 있다.
.
키워 놓으면 떠나는 개발자들..
아무래도 실력파 개발자들은 스타트업에서 구하기 쉽지 않으니, 신입급의 젊은 개발자들을 싸게 영입해서 키우는 경우가 많겠지만 역시 종종 벌어지는 광경은, 그렇게 키워 놓았더니 개발 좀 할만 하니까 포털 같은 곳으로 도망 가 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고초려를 하더라도, 일당백의 스타개발자 1인을 대표의 급여를 줄여서라도 영입할 필요가 있다. 시니어 스타 개발자는 잘 오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뜻한 바가 있어서 합류한 것일테니 그런 부담에서 조금이나마 나을 수 있을 것 같다.
.
나도 이제 자동차도 좀 바꿀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초기투자를 받고 스타트업도 이제 수익이 나고 해서, 고생한 창업멤버들이 약간씩 더 가져가고 싶은데, 투자자쪽에서 ‘구멍가게로 끝낼거냐’ 라는 조언 등으로 아직은 몫을 높일 때가 아니라고 하니 고민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건 해당 서비스와 회사의 계획에 따라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말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다만, 투자를 받을 때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얼마 정도를 연봉 인상할지 혹은 인센을 줄지 등에 대해서 미리 합의를 해둔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
.
투자만 받으면, 투자만 받으면..
그런가 하면 서비스가 아직 베타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엄청난 장밋빛을 예상하면서 투자만 여기서 되면 다 해결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정말 대단한 기술력이나 특허가 있는게 아닌 이상 투자까지 어떻게 시간이 걸릴지 알 수도 없는데 처음부터 외부투자를 타겟으로 하는 걸 보면 최근의 스타트업 분위기는 너무 쉽게 가려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게다가 몇몇은 기 투자받은 후에 해당 자금으로 운영하다가 자금이 얼마 안 남아가자 또 투자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곳도 있었는데, 서비스가 2차 투자를 받을만큼 성장하거나 발전하고 있는 건 맞는지 모르겠다. 가끔은 투자받는 게 저 스타트업의 주요업종인걸까 싶을 때가 있을 때도..
개인적으로는, 본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기 전에 첫 투자자금이 바닥이 났다면 외부 소싱으로라도 벌 의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켠으로는 적은 리소스를 전체 투입해도 쉽지 않은 판에 살림 어렵다고 소싱으로 리소스 분산시켜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좀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네이버와 한게임 같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스타트업끼리 전략적 합병을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주말 반납하며 만들었지만, 직장인이라고 안 받아줘..
종종 현재는 직장인 신분이지만 지인들과 뭉쳐서 작은 공간에서 퇴근 후와 주말을 바쳐서 서비스를 열심히 만드는 곳을 볼 때가 있다. 서비스의 질도 나쁘지 않고, 현업에서의 감각 덕에 비즈니스모델도 아주 빠지는 것은 아닌 괜찮은 서비스들이..
그런 집단은 대개 퇴사를 결심하기 위해서는 수입원을 대체할 투자유치가 필요한데, 반대로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직장다니는 애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생각해서 반기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양 쪽 다 이유에 맞는 사정이 있긴 하지만, 투자 유치 후에 퇴사해서 풀타임으로 개발하는 것만 명확하다면 나쁘게만 볼 건 아니지 않을까도 싶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직장인이 그만큼이라도 노력해서 해보려 한다는 것은 용기와 노력이 남다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애들은 얼마 안줘도 밤낮 안가리고 하는데 직장인들은 헝그리정신이 없어서 회사 다니면서 개발.. 이라는 투자자의 멘트는 솔직히 아쉽다.
.







































